07.11.23
오늘은 그런 날이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근데 해야 할 일들은 많은 날. 주변을 둘러보면 뭔가 사람들은 다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극강의 내향적 성격이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런데 미국에서 살면서, 직장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소셜 스킬이나, 네트워킹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흔한 예로 Linkedin을 볼 수가 있다. 인스타 그램과 비슷하다. 다만 인스타는 나 이렇게 잘 산다 를 보여주는 플랫폼이라면, linkedin은 나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 를 보여주는 플랫폼이다.
인스타와 비슷하게, 몇 명의 커넥션이 있고, 누가 누구를 알고, 등 그런 커넥션들이 매우 많다. 그래서 나는 소극적이고 내향적이라, 그 connect 버튼 한번 누르기도 뭔가 힘들다. 이 사람이 나를 모르면 어떡하지? 이 사람이 내가 친한 척한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냥 생각이 너무 많은 것 일 수도 있다. 사실 그냥 다 철판 깔고 버튼을 눌러대고 있는걸 수도 있는데 말이다.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중국인 친구는 커넥션이 470개가 있더라. 그에 반해 나는 30개도 안된다. 중국인 친구는 작년에 학회에 가서 말을 했던 사람들 중 한 명과 잘 연결이 되어서 위스콘신으로 포닥을 갔다. 부럽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 애와 나는 커넥션이 11배가 차이가 난다. 내가 직장을 찾거나 포닥일을 찾을 때, 그 애에 반해서 11배 힘들까 걱정이 된다.
사실 11배는 실제로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상대적이긴 하지만. 우울증을 겪으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게 되고, 그 말도 안 되는 상상에 사로잡혀, 하루 이틀, 아니 일주일, 한 달을 보낸 적도 있다. 수많은 상상을 거쳐오며 생각하고 겪은 것은, 상상은 사실 실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상상에 사로 잡히면, 진짜처럼 느껴진다. 상대방이 하는 말이 다 안 좋게만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 일어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는다. 나도 작년부터 연습했지만, 다시 돌아와서 안 좋은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을 보라.
무슨 말을 하기 위해 이 블로그 글을 적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나만의 상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저리주저리 생각과 감정을 적어본다. 지금은 오후 1시 반이다. 일단 일을 마무리하고 오늘 하루를 알차게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