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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날때 푸는 법 - 미국 유학 일상 일기

신도비 2023. 7. 14.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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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런 방법 따위는 없는 것 같다. 화나 나면, 화를 내야 풀린다. 그냥 성격이 못돼 먹어서 그런가. 

 

요새는 그냥 뭐가 하나만 잘못돼도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표면장력처럼 물컵에 물이 찰랑찰랑하게 차있지만, 아직 흐르지 않는 상태. 그냥 누가 한 방울 떨궜을 뿐인데 주르르륵 흐르게 되는 상태. 그 상태 같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내 분노의 총량에, 그 한 방울은 그렇게 크지 않은데, 결과적으로 막타를 침으로 인해서, 분노의 결과를 모두 떠안게 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것 같기도 하다. 

표면장력으로 물방울이 맺혀있다. 한방울만 더 하면 떨어질듯.

모든 사람이 같지 않으니, 나와 같은 사고방식, 행동, 그리고 말투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 왜 나는 항상 상대방이 내 방식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하지 않으면 화가 나는 것일까. 아니면, 나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나 대화방식을 요구하는 것인데, 상대방은 그 정도도 못하는 머저리인 것일까. 인간은 모두 역지사지는 잘 못하는 사람들 이기에, 그냥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를 때 오는 답답함이 커져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화에는 많은 복잡한 감정이 섞여있었던 거 같다. 실험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학부생에 대한 답답함. 할 일이 많은데 제대로 진척을 못 내는 나에 대한 답답함. 내가 꼭 두세 번 물어봐야 제대로 대답하고, 집안일 안 도와주는 동생. 일처리 제대로 안 하고 정치질하면서 제1저자에 지 이름만 올리고 싶은 아프리카 교수. 어느 하나가 특별히 화가 나서가 아니고, 쌓이고 쌓이던 게 터진 것이다. 솔직히 이런 화가 터지는 형식은 자주 있었던 일이다. 한두 달 정도 속으로 참고 참다가, 스트레스가 쌓이고, 나도 힘들고 하면서 터지는 것이다. 

 

아는데 잘 고치지 못하는 것. 그게 조금 힘들다. 이런 스트레스들이 좀 그때그때 줄었으면 좋겠다.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기 전에, 나뭇잎을 털어서 물방울을 없애고 싶다. 그냥 졸업하고 혼자 살고, 그러면 지금의 스트레스들은 사라지겠지만 새로운 스트레스 생겨나겠지. 똥을 치우면 다른 똥이 생기는 것처럼. 똥 질량 보존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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